매화
황혼 무렵 울타리에 가로 걸린 가지 보고
향기 찾아 더디 걸어 물가에 이르렀네.
천년 전 나부산(羅浮山)의 한 바퀴 둥근 달빛
지금껏 꿈 깰 제면 와서 비추이누나.
黃昏籬落見橫枝 緩步尋香到水湄
千載羅浮一輪月 至今來照夢回時
-성임(成任, 1421-1484), 〈매(梅)〉
오후 들어 살풋 든 잠이
코끝을 간질이는 매화 향기에 깼다.
기지개를 켜고 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하다.
어디서 온 향기인가 싶어 고개를 빼어본다.
물가에 비스듬히 매화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뒷짐 지고 천천히 걸어 물가로 간다.
그 사이에 달은 동산 위로 떠올라
꽃가지 사이를 훤히 비춘다.
나부산(羅浮山)은 중국 광동성에 있는 매화의 산지다.
수나라 조사웅(趙師雄)이 나부산의 한 술집에서
소복담장(素服淡粧)의 아름다운 여인과 술 마시고
담소하며 밤새 즐겼는데, 깨고 보니 그녀는
매화나무의 정령이었다는고사가 있다.
물가로 가서 보니 매화나무가
청초한 여인처럼 서있더란 말을 이렇게 했다.
출처 : 정민교수의 한국 한문학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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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