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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비 (백광훈 한시)

안개비

강 가 바위 위에서 취해 잠드니
해는 져서 먼 산이 어둑하구나.
앞 여울로 새 한 마리 지나가는데
안개비에 수풀은 자옥 젖었네.

醉眠江上石日落遠峯陰
취면강상석 일락원봉음
獨鳥前灘過沉沉烟雨林
독조전탄과 침침연우림
-취한 뒤 예상 길에서(汭上路醉後)

전탄(前灘) : 앞 여울. / 침침(沉沉) : 안개 속에 잠겨있는 모습.
/ 예상로(汭上路) : 전남 장흥 보림사 앞을 흐르는 예양강(汭陽江) 가로 난 길.

강가 경치에 취해 마신 술에 잠이 들었다.

너럭바위 위의 단잠을 깨고 보니
해도 뉘엿해져서 먼 뫼에 그늘을 드리웠다.

외로운 새 한 마리가 앞 여울을 건넌다.

둥지를 찾아 깃드는 게다. 나도 가야지.

희부윰한 안개비 속으로 새는 숨어들었다.

나는 또 어디로 가야하나?

풍경 속에 멍하니 앉아 일어날 줄 모른다.

출처 : 정민 교수의 한국 한문학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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