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수선화....
정민영
자하(紫霞) 신위(申緯)나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등
예술적 심미안을 가진 조선 선비들 사이에 겨울 수선화를 심고 키우는 것,
수반에 구근을 얹어 겨울철 방 안에서 수선화 향기 맡는 것을 사대부의 고아한 풍류로 여겼다.
황정견을 비롯한 명. 청대 시인들의 수선화 예찬시를 읽은 영향 인듯하다.
그래서 청나라에서 수선화 구근을 수입해 오는 것이 한때 크게 유행했던 모양이다.
30여년전 종로5가 화회 시장 골목을 지나다 우연히
제주 수선화 구근 하나를 사온 적이 있다.
딱 한 뿌리였다.손에 쏘옥 들어 올만큼 큰 밤톨 만한 크기 였다.
그림이나 사진으로 만 본 수선화를
별반 큰 기대도 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사온것으로 기억 된다
수선화를 생각 하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소년 나르시스의 신화가 설핏 떠오른다.
어떤 요정들의 유혹에도 눈을 돌리지 않은 나르시스라는 기품있는 아름다운 청년이 있었는데
이를 시기한 복수의 여신은 나르시스를 자기자신만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어느날 수면에 비친 나르시스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사랑을 느끼고
물에 비친 자신의 몸을 안으려 하다가 물에 빠져 죽게 되었다.
그 후 죽은 곳에서 나르시스의 혼이 한 송이 수선화로 피어 났다고 한다.
몽환적이고 애잔한 느낌의 신화라 할수 있다.
화분에 묻어둔 수선화 뿌리가 겨울 한파에 얼어 죽을 것 같아
방안에들여 놓았더니 몇일 지나, 연두 빛 싹을 뽀쪽하게 밀어 올리는 것이였다
봄 즈음에나 싹을 내밀거라고 예상했는데 한 겨울에 수선화 싹이 움터 올라와
반신반의 했던 기억 난다.
움튼 싹이 자라 몇가닥의 잎이 자리 잡더니 꽃대궁도 다소곳한 자태로
흙을 비집고 올라 오기 시작 한것이다.한 겨울의 추위를 견디며 자라는
수선화의 모습은 일견 위태로와 보여서 조마 조마한 마음으로 지켜 봐야 했다
고개를 숙인 꽃망울이 두개 도톰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몇일 지나 금잔옥대(金盞玉臺 )의 수선화 꽃잎이 열렸다.
그리스 신화에 나르시스의 혼이 한 송이 수선화로 피어 났다고 하는
슬픈 사연이 깃든 영상보다 오히려 시련을 이겨내는 군자나 가인의 모습이
더 적절한 감상이랄지...
노란색 잔을 안은 하얀 꽃잎의 고결한 모습은 경이롭기 이를바 없었다.
가람 이병기 선생의 수선화라는 시조이다
풍지(風紙)에 바람 일고 구들은 얼음이다.
조그만 책상 하나 무릎 앞에 놓아두고
그 위엔 한두 숭어리 피어나는 수선화
투술한 전복껍질 바로달아 등에 대고
따뜻한 볕을 지고 누워있는 해형 수선(蟹形水仙)
서리고 잠들던 잎도 굽이굽이 펴이네
등(燈)에 비친 모양 더우기 연연하다.
웃으며 수줍은 듯 고개 숙인 숭이숭이
하이얀 장지문 위에 그리나니 수묵화를.
수줍은 듯 고개 숙인 수선화(水仙花 )모습. 등불에 비쳐진 수선화의 모습이 아련하다.
수선화는 차가움 속에서 피는 꽃이다.
따라서 수선화의 생리는 차가움이며 차가운 만큼
강한 생명력을 지닌다.
그 생명의 본질이 장지문 위에 빛과 그늘의 의미로 그려지고 있다.
시인과 수선화는 각기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서로가 말없이 주고받는
눈길을 통해 나눔을 가지는 사이다.
겨울에 피어난 수선화 꽃을 본 사람은,
제주도 수선화의 그윽한 향기를 흠향한 사람은 그 고결한 향과 자태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와 이재(彛齋) 권돈인(權敦仁)의사이를 일러
‘금란지교(金蘭之交)라 할수있다
마음으로 끝까지 변치 않고 교분을 나누던 사이 였다.
추사(秋史)가 제주 서귀포 귀양지에서 이재(彛齋) 에게 보낸
서찰 내용을 살펴 보면 수선화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ㅡ수선화(水仙花)는 과연 천하의 구경거리입니다.
강절(江折, 강소성, 절강성) 이남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이곳에서는 마을마다
촌마다 촌척(寸尺)의 토지라도 수선화 없는곳이 없습니다.
꽃모양도 매우 크고 한 대에 많으면 수십 송이에 이르고
8,9송이나 5,6송이는 모두 그렇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 개화는 정월 그믐과 2월 초인데 3월에 이르러서는
산과 들밭두둑 사이에 흰구름처럼 널리고 흰눈처럼 뒤덮이니
제가 사는 집의 문 동쪽과 서쪽도 모두 그렇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맵쌀한 찬 바람을 견디며 피어난 서귀포 대정읍 추사 유배지
청나라에서 비싼 값을 치루고 마차에 두디 두디 싣고 천신 만고 끝에 사 오던
청나라 수선화보다 더 아름다운 제주 수선화,
위리안치(圍籬安置 )되어 자신이 발 묶인 유배지 그 방 밖에
흰구름처럼 널리고 흰눈처럼 뒤덮인 수선화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니
그 풍경이 내 상상속에서 구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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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법의 기초 조식법調息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