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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

소요

차가운 맑은 샘에 세수를 하고

무성한 숲 높은 곳에 몸을 두노라.

아이들 찾아와 글을 물으니

애오라지 더불어 소요하리라.

盥水淸泉冷臨身茂樹高

冠童來問字聊可與逍遙

-길재(吉再, 1353-1419), 〈즉사(卽事)〉

아침에 일어나면 찬 샘물 앞에 가서 세수하고 양치한다.
정신은 뼛속까지 시리다.
깊은 산 높은 곳에 살아 언제나 찬 정신으로 세상을 내려다본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영욕이란 얼마나 하잘 것 없는 것이냐.
마음 속에 도를 기르니 평평탄탄하여 걸릴 것이 없다.
산아래서 글 배우러 찾아오는 아이들 몇이 내 유일한 손님들이다.
한 글자 한 글자 짚어주며
먼 곳에 마음 두지 않고 내 남은 삶을 이들과 더불어 거닐리라.

출처: 정민 교수의 한국 한문학 홈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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