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부(雪賦)
謝惠連
歲將暮，時既昏。寒風積，愁雲繁。
한해가 이미 저물어 가고 때는 이미 어두운데
찬바람은 세차고 검은 구름 가득하네.
梁王不悅，游於兔園。
양왕이 즐겁지 아니하여
토원에서 놀기로 하니
乃置旨酒，命賓友。召鄒生，延枚叟。
이에 맛이 좋은 술을 마련하여 빈객과 붕우들을
부르고 추양(鄒陽)과 매승(枚乘)을 불러들였다.
相如未至，居客之右。
사마상여(司馬相如)가 마지막에 이르러
객들의 오른쪽에 자리했다.
俄而未霰零，密雪下。
잠시 뒤에 싸락눈이 떨어지다가
결이 고운 눈이 내렸다.
王乃歌北風於衛詩，詠南山於周雅。
왕이 이에 위시(시경)의 북풍을 노래하고,
주아(시경)의 남산을 읊조렸다.
授簡於司馬大夫，曰：
왕이 사마대부에게 죽간을 주며 이르기를:
「抽子秘思，騁子妍辭，俟色揣稱，為寡人賦之。」
그대는 오묘한 생각을 들추어내고 그대의 아름다운 글을 풀어내어
눈의 모습과 그 아름다움을 헤아려 과인을 위해 글을 지으라.” 하였다.
相如, 於是, 避席而起，逡巡而揖。
상여가 이에 뒤로 물러났다가 일어서서 머뭇거리다 읍을 하며
曰：臣聞雪宮建於東國，雪山峙於西城。
가로되 신이 알기로 설궁은 동쪽 나라에 세워져 있고,
설산은 서역에 우뚝 솟아 있으며
岐昌發詠於來思，姬滿申歌於黃竹。
기산(岐山)에서 주문왕(周文王) 창(昌)은 돌아온다고 읊조리기 시작했고,
(周穆王) 희만(姬滿)은 황죽(黃竹)에서 거듭 노래했으며
曹風以麻衣比色，楚謠以幽蘭儷曲。
조나라에서는 삼베옷과 같은 색이라 노래하였고,
초나라에서는 유란(幽蘭)과 짝인 가락이라 노래했다네.
盈尺則呈瑞於豐年，袤丈則表於陰德。
한자 남짓이면 풍년의 징조를 나타내고,
어른 키 만큼이면 조화롭지 못한 가운데 손상 입게 됨을 드러내네.
雪之時義遠矣哉！請言其始。
눈이 내리는 때의 뜻은 깊습니다.
그 시작을 말해볼까 합니다.
若乃玄律窮，嚴氣升。
이에 곧 12월은
찬 기운에 올라가고
焦溪涸，湯谷凝。
초계가 마르고
탕곡은 얼어붙고
火井滅，溫泉冰。
불이 솟던 샘이 꺼지고
온천이 얼며
沸潭無湧，炎風不興。
물이 솟아오르던 못이 솟지 않고,
따뜻한 바람이 불지 않으며
北戶扉，裸壤垂。
북쪽으로 난 창을 흙으로 바르고,
벌거벗고 사는 땅에서도 옷을 걸치며
於是河海生雲，朔漠飛沙。
이에 강과 바다에서 구름이 생겨나고,
북쪽 사막에서 모래가 날려,
連氛累靄，日韜霞。
먼지가 모여 자욱하게 되어,
해를 가리고 노을을 감추는구나.
霰淅瀝而先集，雪粉糅而遂多。
싸라기눈이 가늘게 내려 먼저 쌓이고,
이윽고 어지럽게 내려서 결국 많아지도다.
其為狀也，散漫交錯，氛氳蕭索。
그 내리는 모양을 보자면 어지럽게 흩어져 서로 엇갈리고,
기운이 엇갈리고 나뭇잎이 소리 나고
藹藹浮浮，弈弈。
무성하게 눈이 한창내리다가
풍성하게 퍼붓는다네.
聯翩飛灑，徘徊委積。
끊임없이 흩날리며 내리고,
빙글빙글 돌다 점점 쌓이는데
始緣甍而冒棟，終開簾而入隙。
처음엔 용마루에 쌓이다가 들보를 덮다가,
마침내 주렴(발)을 넘어 벽 틈으로 들어오고,
初便娟於廡，未縈盈於惟席。
처음엔 마당에서만 아름답게 날리다가,
나중에는 휘장을 친 침상에까지 날아든다네.
既因方而為圭，亦遇圓而成璧。
모난 곳을 만나면 (눈에 쌓여)각진 옥이 되고
또 둥근 모양을 만나면 둥근 벽옥이 되며.
眄則萬頃同縞，瞻山則千巖俱白。
만경의 너른 들판을 아득히 바라보면 하얀 명주를 펼쳐 놓은 듯,
산을 올려다보면 천 봉우리가 모두 하얘.
於是台如重璧，逵似連璐。
그래서 (토원의) 대는 중벽과 같고
큰 길은 옥을 잇대놓은 것과 같구나.
庭列瑤階，林挺瓊樹，
뜰에는 온통 하얀 옥 계단이 펼쳐져 있고,
숲에는 (하얀)옥 나무로 뒤덮였습니다.(눈에 모두 덮여서)
皓鶴奪鮮，白鵰失素，
(어찌나 곱고 흰색인지) 흰 학이 깨끗함을 빼앗겼고
흰 꿩은 흰빛을 잃었으며,
紈袖慙冶，玉顏掩嫮戸故反。
흰 비단은 아름답다 하기 부끄러우며,
미인의 옥안도 그 아름다움이 가리고 싶을 지경입니다
若乃積素未方，白日朝鮮，
이에 쌓인 눈이 아직 녹지 않고
하얀 해가 아침 햇살처럼 고우며
爛兮若燭龍，銜耀照山。
찬란한 모양이 마치 촉룡이 빛을 머금고
곤산을 비추는 것 같구나.
爾其流滴垂冰，緣承隅。
이에 흐르는 물방울이 고드름이 되는 것은
집 모퉁이에서 이어졌기 때문이며
粲兮若馮夷，剖蚌列明珠。
그 찬란함은 마치 빙이(憑夷)가
조개를 쪼개어 명주를 늘어놓은 것 같도다.
至夫繽紛繁騖之貌，皓繳之儀。
대저 (눈 내림이)어지럽게 흩날리고 많고 급한 모양에 이르면,
(눈이 빛나는 모양은) 환하고 깨끗한 모양의 본보기이며,
回散縈積之勢，飛聚凝曜之奇，
빙빙 돌면서 쌓이는 기세,
날고 쌓이고 얼고 빛나는 기묘한 볼거리는
固展轉而無窮，嗟難得而備知。
진실로 변화가 많고 끝이 없어.
아~(말로 하기)쉽지 않고 갖추지 않음이 없음이여.
若乃申娛玩之無已，夜幽靜而多懷。
그래서 즐겁게 노는 것이 끝이 없고,
밤이 되면 그윽하고 고요하여 그리움이 많아.
風觸楹而轉響，月承幌而通暉。
바람이 큰 기둥에 부딪히면 울림이 한층 더 커지고
달이 장학위로 솟아오르면 온통 빛 바다가 되누나.
酌湘吳之醇酎，御狐貉之兼衣。
상오지방의 농익은 술을 마시고,
여우와 오소리 털로 된 여러 겹 옷을 입고
對庭鵾之雙舞，瞻雲雁之孤飛。
뜰 안에선 (애완용)닭의 쌍무를 보고,
구름 속에 나는 기러기의 외로운 비상을 보며
折園中之萱草, 擿階上之芳薇。善無上二句
원중에 훤초(어머니)를 꺾고,
계단에 향기로운 방초를 던진다. (이선은 이 두 구절이 없다.)
踐霜雪之交積，憐枝葉之相違。
섞여 쌓인 서리 눈을 밟고,
가지와 잎이 서로 어긋남을 슬퍼하며
馳遙思於千里，願接手而同歸。
천리 멀리 떨어져 있는 이를 생각하고,
손을 잡고 같이 돌아가고 싶구나.
鄒陽聞之，懣然心服。
추양이 이를 듣고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마음으로 따라
有懷妍唱，敬接末曲。
느낌이 있어 아름답게 노래를 불러
於是乃作而賦積雪之歌。
이에 일어나 적설의 노래를 지어 불렀다.
歌曰縮：
노래를 축약하여 이르면
攜佳人兮披重幄，援綺衾兮坐芳褥。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 휘장을 헤치고
화려한 이불을 끌어 향기 나는 요에 앉도다.
燎熏兮炳明燭，酌桂酒兮揚清曲。
화로에 향을 피우니 밝은 촛불이 더욱 빛나도다.
계수나무 술을 마시며 맑은 가락은 큰 소리로 부르네.
又續寫而為白雪之歌。歌曰：
또 이어서 백설의 노래를 지으니 노래 왈:
曲既揚兮酒既陳，朱顏兮思自親。
가락은 이미 드높고 술은 이미 차려졌으니,
붉은 얼굴이 발그레 해지니 어버이(?)를 생각하누나.
願低帷以暱枕，念解而褫紳。
휘장을 치고 베개를 가까이 하여,
패옥을 끌러놓고 띠도 풀고 싶네.
怨年歲之易暮，傷後會之無因。
한 해가 쉬 저물어 감을 원망하고
뒷날 만날 기약이 없음을 슬퍼하네.
君寧見階上之白雪，豈解耀於陽春。
그대는 정녕 섬돌위의 흰 눈을 보았는가.
어찌 봄날의 햇살보다 (그)빛남이 모자라겠는가.
歌卒。王乃尋繹吟玩，撫覽扼腕。
노래가 끝나자 왕이 이에 매우 기뻐하며 다시 읊조리고
맛을 보고 팔을 어루만지며(아쉬워하며)
顧謂枚叔，起而為亂。
매승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그가)일어나 난을 지으니
亂曰：
난에 가로되
白羽雖白，質以輕兮，
하얀 깃이 비록 하얗다 해도
바탕이 가벼우며,
白玉雖白，空守貞兮。
흰 옥이 비록 희더라도
공연히 절조를 지킴이여.
未若茲雪，因時興滅。
아직 이 눈만 같지 못하구나.
때를 좇아 일어났다 없어졌다 하는구나.
玄陰凝不昧其潔，太陽耀不固其節。
음기에서는 엉겨서 그 고결함을 탐내지 않고,
태양에서는 빛이나 그 절개를 고집하지 않네.
節豈我名，節豈我貞。
절개가 어찌 나의 명예며,
그 고결함이 어찌 내 정조리오.
憑雲升降，從風飄零。
구름에 의지하며 오르락내리락 하며
바람 따라 나부끼다 떨어지도다.
值物賦象，任地班形。
사물을 만나면 그 모양이 되고
지형에 따라 같은 모양이 되어
素因遇立，污隨染成。
흰 것을 만나면 흰 것이 되고,
더러운 것을 만나면 더럽게 물들게 되고
縱心皓然，何慮何營？
마음을 천지합덕에 내 맡기니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리오?
눈이 내리는 모양의 종류
석력(淅瀝); 가늘게 눈이 내리는 모양
분유(紛糅); 어지럽게 휘날리는 모양
편연(便娟); 빙빙 도는 모양
영영(縈盈); 가볍게 빙빙 도는 모양
빈분(繽紛); 어지럽게 흩날리는 모양
표령(飄零); 바람에 나부껴 흩날림
산만교착(散漫交錯); 어지럽게 흩어져 서로 엇갈리는 모양
애애부부(靄靄浮浮); 무성하게 눈이 한창 내리는 모양
표표혁혁(瀌瀌奕奕); 눈이 풍성하게 퍼 붓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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