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북한산 샘물을 공으로 퍼다 마신다.
그래서 사시사철 샘물을 거저 주는 산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일전에 아랫글을 한번 올렸다.(閔老子 茶)
이글은 명나라 장대의 글인데 짧은 글속에
시대를 넘어 호사가의 시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
장대가 말하는 물중에 물, 혜천의 물이 인상적이였다.
이후 원중랑집에서도 혜천물을 논하는것을 보니
혜천물이 마시기 좋은 샘물인가 보다.
샘물 하나를 두고도 호불호따지고 진가를 논하는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다.
원중랑집 혜천물에 관련된 부분을 추가로 발취해서 올린다.
민노자閔老子의 차茶
(중국 明의張垈의 글)
주묵농周墨農이 내게 민영수閔泳水 집 차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 적이 있었다.
무인년戊寅年 9월에 유도留都에 갔다가
강안江岸에 닿는 길로
도엽도桃葉渡로 민노자閔老子를 찼아갔다.
황혼내린 저녁때가 다 되어서였다.
민영수 노인은 출타했다가 그의 집에 늦게 돌아왔다.
허드렛일 하는 노파와 말을 주고 받는 사이
민노자는 "아차, 지팡이를 놓고 왔다"면서 어디론 틀레 틀레 가 버린다.
허방다리가 몆번인가?나는 "오늘은 세상 없어도 거저는 안 간다" 하고
그가 오기를 오래도록 기다렸다.
민영수 노인이 돌아온 때는, 밤이 훨씬 깊어서였다.
그노인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다보며,
"흠 손님이 그저 아니 갔네... 손님은 무엇을 하시려는 게요?"
"내가 노인장을 만나려 든 지는 오래 됐소이다.
오늘은 댁의 차를 몆잔 얻어 마시려하오
차를 마시기 전에는 여길 결코 떠나지 않겠소이다."
민노인은 차란 말에 반색을하면서 "차를요"
민노인이 손수 집밖에서 차를 끓이는데,
차다관이 푸르르 댓바람 소리를 내며 끓는다.
그는 나를 방안으로 인도 했다.
나도 그를 따라 들어갔다.
방안 창은 환하고 가로놓인 경상은 고요하였다,
형계산荊溪山 병甁이며, 성선成宣의 도기며,
십여 종의 도자기들이 다 절품이었다.
등불 밑에서, 차빛은 그릇빛과 잘 구별할 수가 없으나,
향기가 연하게 실내에 퍼져간다.
"오!" "이차는 어디 산인지요?"
"낭원 것입니다"
"낭원산이라"
나는 다시 몇번 마셔 보며 "속이지 마시오. 차를 만든 제법制法은 낭원 제법이요만
그러나 맛이 낭원이 아닙니다 허허..."
민노인이 짐짖 웃음을 가리면서 "그럼 이 차가 어디 산인것 같으오?"
나는 다시 몇모금 마시고 나서, "오! 이 차는 나개산이 분명하구료."
민 노인이 혀를 내두르며 "오호!"하고 감탄한다.
내가 또 질문을 던졌다."이 차 끓인 물은 어디 물인가요?"
"혜천에서 길러온 물이지요."
"여보시오, 사람 또 시험하려 들지 마시오.
여기서 혜천이 천 리인데,
거기서 길어 온 물이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온단 말이요?"
민노인이 "이제는 더 이상 당신을 못 속이겠소이다.허허허."
내가 말했다
"사실로 말하자면 혜천 물을 길어 올 때는, 해천 우물을 말끔히 쳐서,
새 샘이 고이기를 기다려, 증 밤중에 커다란 독에다 길어 붓는거요.
그리고는 산의 돌을 독 밑에다 차복차복 깔고,
배로 실어 올 때도, 순풍이 아니면, 오지 않소.
고요히 모셔 온다오 그러면 물맛이 결코 체삽하지 않소.
이말고 보통 낮시간 때의 혜천 물도, 밤에 길은 해천 물과사뭇 맛이 다른데,
딴 물을 두고 해천물이시라니 말이나 되오?"
민노인은 다시 혀를 내두르며 "오!" 감탄사를 여러번 발한다.,
그는 곧 들어가서, 병을 하나 들고 나온다.
그가 내게 한 잔 가득 부어 주며, "이번에는 이것 한 번 들어 보시오.
" "오! 향기는 방열 하면서도 맛이 부드럽고 혼후하다.
이것은 봄에 따서 말린 것이 분명하오.
아까 것은 가을에 따서 말린 것이구료....."
민은 크게 웃으며,
"내 70평생에 이렇게 차에 정통한 분은 그대가 처음이오,....
손님 같은 분은......허허허 "
그와 나는 드디어 친교를 맺었다.
(역주, 원중랑집 에서)
장유후의 혜천 시 뒤에 적다
내 친구 마성 구장유가 동쪽으로 오회에서 노닐다가,
혜산천과 단풍의 물을 30담이나 수레에 실어 오려고 하였다.
구장유는 먼저 돌아오고, 종복들에게 떠메고 돌아가게 하였다.
그런데 종복들은 그것이 너무 무겁다고 싫어하여,
그때 강에 쏟아 버리고는, 도관하에 이르러 비로소 산천의 물을 취하여 채웠다.
구장유는 그 사실을 모르고, 대단히 자부하고 중히 여겨서,
그 다음날 즉시로 성중의 여러 호사가들을 초빙하여 물을 맛보게 하였다.
여러 호사가들이 기약한 대로 모두 왔는데,
모두들 현의 서재 안에 오순도순 모여 않아, 대단히 기쁜 낯빛이었다.
구장유는 동이를 내오고 자기로 된 항아리를 가져다가,
조금씩 담아서 서로 품평을 해가면서 마시기로 하였다.
그러자 모두들을 냄새를 맡아가며 음미를 한 뒤에 비로소 조금씩 씹어먹듯 하셨는데,
꿀꺽 삼킬 때는 목구멍에서 골골대는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서로 쳐다보면서, “참 좋아요.
이물은! 구장유의 높은 흥취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들이 이 생에서 무슨 인연으로 이 물을 마실 수 있겠는가!”라 말하였다.
모두 감탄하고 선망하기를 마지않고는 헤어져 갔다.
달포쯤 뒤에 여러 종복들이 서로 다투다가 그 비밀을 발설하고 말았다.
구장유는 크게 성을 내어 그 종복을 내쫒았다.
물을 마셨던 여러 호사가들은 그 소식을 듣고
부끄러워하고 탄식하였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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