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뜨면 부엉이는 좋다고 운다. 달은 부엉이에겐 우리의 태양이나 다름없다. 부엉이란 이름을 누가 지었는지 참 신통하기도 하다. 이름처럼 부엉이는 대체로 '부웅, 부웅' 울기 때문이다.
부엉이의 울음소리는 의사 전달보다는 복잡한 심경을 그저 한마디 울분으로 토해내는 감탄사 같다. 부엉이는 아주 큰 눈을 가지고 있다. 거의 얼굴의 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엉이는 이 눈으로 밤에 달빛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거의 모든 걸 볼 수 있다. 그래서 밤의 사냥꾼이라는 별명도 붙어 있다.
웬만해선 그 눈을 감는 법이 없다. 아무리 무서운 적이 나타나도 소위 째려보기를 멈추지 않는다. 당장 죽으면 죽었지 결코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자존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헤드라이트 켜고 오는 차를 적으로 간주하고 그대로 맞받아 버린다.
그러나 꼭 부엉이가 눈으로만 사물을 보는 건 아니다. 눈 못지않게 귓바퀴 없는 큰 귀가 양쪽 얼굴에 비대칭적으로 위치해 있다. 입체적인 이 귀는 아주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고 듣고 심지어 거리까지 파악한다.
부엉이와 올빼미는 한통속이다. 눈썹 없는 올백의 둥그런 얼굴이 올빼미일 뿐이다. 낮에 부엉이의 노란 눈을 한참 바라다보면 그 눈의 깊은 매력에서 헤어나기 힘들어진다.
부엉이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을 하고 역시 그에 못지않은 날카로운 부리로 찢어 먹는다. 사냥감의 털이고 깃털이고 가리지 않고 삼켰다가 나중에 털과 뼈만 추려 따로 입으로 뱉어내는 신비한 소화 메카니즘도 가지고 있다.
독수리가 하늘의 호랑이라면 부엉이는 하늘의 표범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무엇보다 그들에게 감명 받은 순간은 공교롭게도 그들의 죽을 때의 모습이었다.
부엉이는 죽음의 순간까지 횃대에 앉아서 눈을 부릅뜨고 어떤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저 먼 허공을 응시하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발가락의 힘이 풀리면서 횃대를 놓고 툭하고 떨어졌다. 그땐 이미 절명한 상태이다. 아파도 아픈 척을 하지 않고, 죽어도 죽은 척을 안 할 정도이니 이들을 예부터 영물로 불렀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겠다.
표범들의 최후도 마찬가지다. 죽을 때가 되면 설표(雪彪)는 히말라야산맥을 조용히 오르다가, 평생 오르던 익숙한 나무 위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한다. 사실 그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에 수의사가 해 줄 일은 거의 없다.
저쪽 의로웠던 분의 죽음도 하필 부엉이와 연관되고, 이 쪽 큰 어르신의 죽음에서도 감히 난 한 마리 지혜로운 부엉이의 죽음을 떠올렸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글․사진=최종욱 <광주 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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